2열 중심 구성 돋보이지만 파워트레인은 다른 대체제가 있었으면
토요타의 4세대 알파드가 국내에 들어왔다. 언뜻 보면 1.5박스의 현대 스타리아와 비슷한 장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차는 사뭇 다르다. 차량 개발 방향성 자체가 ‘의전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 토요타 자동차에서 판매하는 모든 모델 중에 가장 비싼 9920만 원의 가격표가 찍혀 있다.
토요타에서 판매 중인 미니밴 시에나와는 또 사뭇 다르다. 시에나는 패밀리카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알파드는 주요 시장이 일본과 동남아, 러시아 등의 국가다. 그 중에서도 일본 내수 시장의 판매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그래서 전폭이 도로가 좁은 일본 사정에 맞게 컴팩트하게 설계되어 있다. 기아 카니발과 비교하자면 145mm, 무려 14.5cm나 좁은 전폭을 가지고 있다. 대신 전고는 카니발 보다 21cm가 더 높아 오히려 스타리아와 비슷한 정도다.
여러모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 차는 지난 6월 일본에서 공개한 완전 신형의 4세대 모델이다. 무려 4세대까지 출시가 되었다는 것은 이 세그먼트에 대한 수요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연예인은 물론 국가 고위공직자, 정치인, 사업가까지 이런 미니밴을 타고 다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차량의 가장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2열에 탑승해봤다. 앞서 말했듯이 이 차는 일본 시장의 특성에 맞춰서 전폭이 좁다. 좁은 전폭에 대한 솔루션으로 알파드는 2열 독립식 시트를 구성했지만 왼쪽과 오른쪽 가장자리에 제대로 된 팔걸이를 마련해두고 두 시트를 붙였다. 일반적인 미니밴이 독립식 시트를 띄워둬서 차량 중앙에 3열로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과는 대비적이다. 그래서 양 팔걸이에 팔을 두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 마치 영화에서 봤던 옥황상제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트는 팔걸이 안쪽, 혹은 별도의 패드를 통해 전동으로 조절 가능하다. 종아리 부분의 발 받침을 멀리 뻗어낼 수 있는 오토만 시트가 적용되었고 등받이는 거의 자세에 맞먹을 정도로 큰 리클라이닝 각도를 보여준다. 헤드레스트의 양 옆은 탑승자의 목이 돌아가지 않게끔 앞으로 살짝 튀어나와 있다. 착좌감이 상당히 좋고 열선과 통풍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탑승자가 원하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릴렉세이션이라고 부르는 안마 기능도 적용되어 있지만 강도는 다소 약한 편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기능을 더하고 있는데, 슬라이딩 도어 쪽 팔걸이 끝에는 평소에는 숨겨져 있는 컵홀더가 있고, 중앙 부분 팔걸이에서는 간이 테이블을 꺼낼 수 있다. 테이블은 탑승자 방향에서 노트북을 펼치는 것처럼 열리게 되어 있는데 안에는 거울이 있어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며, 노트북 등으로 작업할 때에는 받침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테이블은 회전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에서 나갈 때 굳이 다시 집어 넣은 번거로움을 수반하지 않는다.
중앙 팔걸이 끝에 달린 패드는 스마트폰 처럼 떼어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패드를 통해 차량 내 오디오 시스템과 시트 조절, 공조 장치, 그리고 차량 내 조명과 선루프, 선 쉐이드 등 전장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패드에 있는 대부분의 기능은 2열 천장에 있는 버튼들을 활용해서 조작할 수도 있다. 중앙에 컨트롤러가 있기 때문에 선루프는 각각의 2열 좌석에 독립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좌우로 개폐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쪽은 선루프를 닫더라도 한 쪽은 열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외에 에어벤트, 독서등, 앰비언트 라이트 등이 마련되어 있고 대형 썬클라스 케이스 같이 생긴 수납함도 마련되어 있다.
1열과 2열 사이에는 대화면 모니터가 있어서 HDMI를 통한 화면 송출도 가능하고 통신을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티빙, 왓챠, 애플TV 등 수많은 OTT를 시청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220V 콘센트와 대용량 수납 공간 등 의전용 차량이라는 콘셉트에 맞춰서 2열에서 다양한 편의 장비를 누릴 수 있다.
2열은 편의 장비 뿐만 아니라 승차감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2열 시트의 쿠션에는 미세한 진동을 흡수하고 탑승자가 앉았을 때 압력이 분산되는 우레탄폼 소재를 사용했다. 시트 레일과 시트 사이에는 방진 고무를 사용해 진동을 억제했다. 즉 잔진동을 탑승자에게 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실제로 2열에 탑승했을 때에 잔진동에 대한 억제 능력은 상당히 놀라운 편이었다. 특히나 시트 구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이미 듣고 왔기에 더욱 더 집중해서 느꼈는데도 불구하고 잔진동은 느낄 수 없었다.
이어서 3열에 탑승해봤다. 일반적으로 SUV나 미니밴의 3열은 2열에 비해서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요 탑승 공간은 1열과 2열이고, 3열은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조 상 3열은 후륜 휠 하우스의 바로 근처이기 때문에 승차감적으로도 불리하다. 하지만 알파드의 3열은 놀라움에 가까웠다.
우선 2열 시트가 꼭 붙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3열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진다. 벤치 시트가 적용된 7인승 SUV에 탈 때 처럼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겨서 타야 한다. 하지만 거주성 자체는 제법 괜찮은 편이다. 시트 방석의 길이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어서 여타 다른 차량의 3열에 탔을 때 처럼 궁색한 자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제법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최대한 뒤로 슬라이딩 해도 주먹 2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넉넉한 레그룸이 만들어진다. 헤드룸도 여유롭다. 좌석 중앙에는 암레스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미니밴과 SUV가 3열의 내장재를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도배하는 것과 달리 내장 소재에도 제법 신경을 써서 가죽과 부드러운 느낌의 우레탄을 많이 사용했다. 세심함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2인승 구조인 2열과 달리 3열은 3인승 구조다. 하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시트 슬라이딩을 위한 레일을 마련하기 위해 시트의 가장 자리가 위로 솟아 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차량의 전폭을 생각했을 때 3명이 앉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안전벨트를 매게 되면 다소 타이트한 자세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봉긋 솟아 오른 시트의 구조때문에 하반신이 차량 안쪽으로 향하게 된다. 즉 골반이 틀어지는 자세가 되는 것이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의전용이라는 목적을 생각했을 때 무리해서 7인승으로 만들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천장에 위치한 에어밴트는 2열 쪽에 조금 더 가까워 3열 탑승자에게 제대로 냉기를 전달해주지 못 해 이동중에 다소 덥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열에 놀랐던 이유는 바로 승차감 때문이다. 2열 승차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당히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냈다. 시승 구간이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위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도로의 이음새를 지나거나 노면이 꺼진 부분을 만나 차가 바운싱을 할 때에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왠만한 국산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승차감이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좋은 차량이긴 하지만 2열과 3열 모두 극복하지 못한 부분은 있었다. 과속 방지턱을 사선으로 넘어가거나 노면이 안 좋은 곳을 지나가는 등 좌우에 큰 충격이 따로 전달되는 상황이다. 전고가 높은 차량이기 때문에 천장으로 올라갈 수록 하부의 충격 대비 더 큰 움직임을 보인다. 의전이 주 목적인 차량인 만큼 험로에 갈 가능성은 적지만 불규칙적인 노면 환경이 지속된다면 멀미 증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의전용 차량, 즉 소퍼 드리븐이라고 부르는 많은 차량들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지만 이 차량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가게 되면 휠 하우스 부분의 탑승 공간을 많이 침해하게 된다. 공간 활용에 신경을 써야하는 미니밴 특성 상 제외한 것이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일반적인 세단형 의전 차량에 비해서는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여태까지 타 봤던 미니밴 중에서는 가장 좋은 승차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세단에서는 누릴 수 없는 공간적인 이점까지 누릴 수 있다.
이 차량에는 수많은 토요타, 렉서스 차량에서 만날 수 있는 4기통 2.5ℓ 자연흡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어 있다. e-CVT라고 불리우는 유성기어가 장착되어 있으며 최고 출력은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합산해 250마력을 내며 24.4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2.3톤이 넘는 거구에 들어가기에는 다소 약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주행을 시작했다.
예상 외로 출력의 부족함이 두드러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속 페달을 다소 깊게 눌러야 하긴 하지만 처음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출력이 조금만 필요해도 RPM을 높게 쓰는 편이다. 시내 구간에서 정차했다 출발하는 순간은 물론, 고속도로 정속 주행 상황에서도 약간의 언덕 길을 만나면 RPM이 2500 이상 넘어간다. 게다가 e-CVT 특유의 높은 회전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반복되니 1열에서 느끼는 엔진 소리는 다소 피곤할 정도다. 의외로 2열과 3열에서는 아주 크게 느끼지 못 한 부분이라서 당혹스럽다.
하지만 그 대가로 연비를 얻을 수 있었다. 알파드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3.5km/ℓ다. 소퍼 드리븐 세단은 물론이고 미니밴에서도 쉽게 구현할 수 없는 연비다. 이렇게 회전수를 높게 쓰는데 어떻게 이 정도의 연비를 구현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의전용 차량이기 때문에 사실 운전자의 입장이 크게 중요한 차량은 아니다. 오로지 2열을 생각했을 때에는 좋은 승차감과 많은 편의 장비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전반적으로 알파드는 토요타보다 렉서스의 모델들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 역시 토요타의 것이 아닌 RX와 RZ등 최신 렉서스와 공유하고 있다. 내장재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가죽이 사용되고 있고 우드그레인 역시 매우 고급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운전할 일이 있어서 파워트레인이 중요하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일본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건너 온 연구진들에 의하면 PHEV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RAV4의 경우에도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120마력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306마력의 고출력 전기 모터를 얹는다. 배터리의 용량을 키우고 전기 모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다 3열 공간에서 단점으로 지적했던 7인승 시트 구조 역시 6인승으로 변경된다고 한다.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알파드는 이미 올해 물량이 모두 판매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약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토요타 알파드는 매우 독특한 패키징 때문에 매우 기다리던 수입 차종 중 한 대다. 실제로 개발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다른 미니밴과는 색다른 구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차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의전 용도로 사용하기에 다소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제조사가 토요타라는 것이다. 뿌리 깊게 박힌 반일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에게는 이 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에디터는 SUV를 사자니 공간이 아쉽고, 미니밴을 사자니 승차감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나’보다는 내 뒤에 탈 사람들이 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다만, 운전 재미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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