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진 “배터리 제어, 드라이빙 즐거움에 집중해 개발”
“저희는 랩 타임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발표는 없을 겁니다. 랩 타임에 연연하면 재미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서 거리가 멀어집니다.”
14일 아이오닉5 N 개발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아이오닉5 N 테크 데이’가 열렸다. 뉘르부르크링에서의 랩 타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박준우 현대자동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는 저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개발진과의 대화를 통해 이 차는 핸들링 퍼포먼스와 전기차의 최대 숙제인 트랙에서의 브레이크, 배터리의 내구성 관리, 일상에서의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진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날 행사에서는 아이오닉5 N이 고성능 전기차로서 어떤 기술들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여태까지 개발해 본 적 없었던 세그먼트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진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아이오닉5 N의 뉘르부르크링 주행 영상과 더불어 해당 주행 시 배터리의 열 온도와 배터리 잔존율 등을 공개하며 차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이오닉5 N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오닉5와 어떤 것이 다를까?
제일 크게 다른 것은 배터리다. 전기차가 쉽게 고성능 시장에 진입하지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배터리의 발열 제어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면 쉽다. 사양이 높은 어플리케이션을 오래 이용하다 보면 핸드폰의 배터리 부분이 따듯해지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발열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보통 발열 제어를 위해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보내다보면 배터리가 발열하게 되고, 나중에 가서는 열 제어를 위해 출력에 제한을 걸게 된다. 독일의 ‘녹색 지옥’으로 불리는 서킷 뉘르부르크링은 북쪽 코스인 노르트슐라이페의 길이만 20km가 넘고 300m가 넘는 고저차에 154개의 코너를 가지고 있다. 수 많은 전기차가 배터리의 발열 제어 문제로 노르트슐라이페를 풀 어택, 온 힘으로 주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N의 개발진에게 준 미션 중 하나는 노르트슐라이페 1바퀴를 풀 어택할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 아이오닉5 대비 배터리의 셀과 시스템 등을 모두 바꿨다. 대외비이기에 배터리 소재에 대한 이야기는 말을 아꼈지만 배터리 셀이 기존 E-GMP에서 사용하던 3세대보다 발전한 4세대로 진화했다. 에너지 밀도를 기존의 618Wh/ℓ에서 670Wh/ℓ로 확대됐지만 배터리 잔량 10~80%까지의 급속 충전 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18분이며 보증 기간 역시 10년/20만km로 동일하다.
여기에 배터리의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냉각 성능을 강화했다. 타사 경쟁 모델들과 분해 비교했을 때에도 가장 효율적이고 단순한 구조로 배터리 셀을 냉각시킬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혹시 모를 열폭주 상황에서 탑승자의 대피 시간을 벌수 있게끔 배터리의 하우징에 내화성 소재를 적용했다. 배터리를 관리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며 실시간으로 배터리의 안전도를 사전 진단해 전조 증상이 의심되면 안전 모드로 전환돼 정비를 유도한다.
서킷 주행을 위한 배터리 열 제어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단 시간 내에 승부를 봐야하는 드래그 레이싱이나 서킷에서의 랩 타임 측정 때는 사전에 배터리의 온도를 30~40도로 끌어올려 언제든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지속적인 트랙 주행, 내구 레이싱 같은 장시간 주행에는 배터리의 발열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20~30도 정도로 만들어준다. 이를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이라 지칭한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 들어갈 때는 N 레이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스프린트 레이싱 모드’를 선택할 경우 최대 출력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지만 ‘내구 레이싱 모드’를 선택할 경우 인위적으로 최대 출력을 제한하여 배터리의 빠른 발열을 막는다. 아이오닉5 N의 출력을 650마력까지 이끌어내는 N 그린 부스트 역시 ‘내구 레이싱 모드’에서는 제한된다.
배터리의 발열 제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무게 증대 역시 고성능 전기차의 최대 난제였다. 가속과 제동이 빈번한 서킷 주행에서 물리적인 브레이크는 2톤이 넘어가는 차체를 효율적으로 제동하기 어렵다. 심각하게는 브레이크 패드에 열이 올라와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페이드 현상을 겪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전기모터, 즉 역기전력인 회생 제동에서 솔루션을 찾았다.
N 브레이크 리젠은 다른 전기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대 0.6G의 회생 제동을 발현해 물리적인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륜 모터와 후륜 모터가 동시에 최대 모터 제어를 진행하며 주행 환경을 고려한 회생 비율을 가변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회생 제동이 발현되는 만큼 에너지를 회수하는 이득까지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감속 시 일반적인 전기차에 비해 3배에 가까운 회생 제동력이 감속을 담당하게 된다. 영암 코리아 인터네셔널 서킷에서 실험한 결과 전체 제동력 중 44.3%를 회생 제동이 담당해 그만큼 브레이크 패드 등에 가는 부담이 적어졌다. 일반 전기차 대비 15%에 가까운 주행 가능 거리 효율을 얻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여기에 더해 코너링에서의 주행 밸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토크 벡터링 기술에도 회생 제동을 적용해 TVC(Torque Vectoring Control) Gne 2 Plu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전기차의 최대 한계였던 서킷에서의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아이오닉5 N으로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영상이 공개됐다. 처음 출발할 때의 배터리 온도는 18도, 배터리 잔량은 97.5%였으며 1랩을 주행한 이후 배터리 온도는 33도, 배터리 잔량은 69.5%를 기록했다. 바로 이어서 2랩을 마치고 난 후 최종적으로 배터리 온도는 46도, 배터리 잔량은 43%를 기록했다. 아이오닉5 N의 최고 시속인 260km까지 밀어 붙인 약 40km의 서킷 주행 결과로서는 엄청난 결과라 말 할 수 있다. 최초 현대자동차의 목표였던 뉘르부르크링 1랩을 뛰어 넘어 2랩까지 배터리의 발열을 잘 제어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가 된 것이다.
일상에서의 운전 재미를 극대화 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마니아들을 위해 변속기가 없는 아이오닉5 N에 N e-쉬프트 기능을 적용해 마치 변속기가 달린 차 처럼 만들었고 N 액티브 사운드+를 통해 가상의 엔진 소리를 만들어냈다. 기술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내연기관차를 흉내낸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가상의 변속을 진행하면서도 출력을 효율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해서 각 주행모드에 따라 가변 엔진의 레드라인을 설정했다.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는 내연기관 N모델과 같은 6750RPM이며 N모드에서는 중간에 로스되는 토크를 없애기 위해 7750RPM까지 끌어올렸다. 가상의 레드라인에서 운전자가 변속을 하지 않으면 내연 기관 수동차와 같이 퓨얼컷되는 것까지 구현하여 고속 코너에서 차가 멋대로 변속하는 일까지 없앴다. 내연기관차의 변속 감성을 살리기 위해 단수 별로 엔진 브레이크의 감각에 차별화를 두었고 강한 브레이킹 시 레브매칭되는 것까지 구현했다. 모터의 토크를 제어해 변속 감성을 살리기도 했다.
여기에 더불어 3가지의 소리를 가상으로 적용한 N 액티브 사운드+를 통해 N차량들의 엔진 사운드, 전기차 전용 사운드, 제트기 사운드 등 취향에 따라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외부에 장착된 2개의 스피커와 8개의 내부 스피커를 통해 구현하며 N e-쉬프트와 연계해 백파이어, 팝콘 소리, 업 시프트 시 배기음까지 구현했다.
이외에도 N브레이크 리젠과 전기 모터의 응답성, 전륜과 후륜의 구동 분배비 차별을 제어할 수 있는 N페달이 적용됐다. 차체와 섀시의 강성 역시 기존 아이오닉5보다 훨씬 증대되어 전륜 횡 강성은 15%, 비틀림 강성은 11%, 후륜 횡 강성은 16% 증대됐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이 서킷에서도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인제 스피디움에는 동시에 10대가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르면 11월 말 개소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박준우 현대자동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는 전기차 레이싱 대회도 개최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4일 공식 출시한 아이오닉5 N은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개별소비세 5%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기준 76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