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전기차(EV)를 선택한 운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여행이나 장거리 운행 시 큰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충전기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실제 사용자는 “기름차보다 더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EV 보급률은 급증하고 있지만, 인프라는 과연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을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등록된 전기차는 약 55만 대를 돌파했다. 특히 아이오닉 5, EV6, 테슬라 모델Y 등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모델들이 인기를 끌며 고속도로 이용 전기차 운전자도 늘었다.
하지만 이에 걸맞는 충전 인프라 확충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0여 곳 중 급속충전기를 3기 이상 보유한 곳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같은 충전기라도 호환되지 않는 차량이 많다. 예를 들어, 테슬라 차량은 슈퍼차저 전용 단자를 쓰기 때문에 일반 휴게소 급속충전기와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일부 충전소는 고장난 채 방치되거나, 특정 시간에만 운영되는 제한적인 사용 환경을 갖고 있어 체감 인프라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EV 사용자 포럼에서는 휴게소 충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고속도로 3군데 연속으로 충전 못 해서 하마터면 멈출 뻔했어요”,“30분 충전이 아니라, 30분 대기가 더 문제입니다”, “기다리다가 결국 내연기관차 몰던 시절이 그립더군요”
심지어 일부 사용자는 충전 대기 중 시비가 붙거나, 비매너 운전자와 갈등을 겪은 사례도 보고하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긴 대기 시간으로 아이들과 함께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불편도 겪는다.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 충전 후 자동 알람 및 10분 후 주차요금 부과 시스템 도입
• ‘전기차 전용’ 휴게소 또는 충전 허브 신설 제안
• 예약 시스템 정비 및 실시간 업데이트 정확도 향상
• 고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앱에서 확인 가능하게 개선
• 충전기 상태(점검 중, 사용 중, 예약 가능 등) 표준화된 안내 도입
또한 정부는 2025년까지 고속도로 충전소 수를 2배 확대하고, 다차종 호환 가능한 충전기 도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업계와 소비자 모두 “실행력과 속도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친환경적이며, 유지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불편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러 들렀다가 예상보다 훨씬 긴 대기시간을 겪는다면, 그 친환경 여정이 피로로 바뀔 수도 있다.
충전 속도 자체는 충분히 빠르지만, 충전 ‘접근성’과 ‘이용 문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기차가 진정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체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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