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티맵2.0과 NUGU AUTO 2.0 적용이 제일 큰 변화
수입차를 여러 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내비게이션 사용에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티맵, 혹은 카카오내비와 같은 국산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를 따라 잡을 정도의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에 볼보는 이미 몇 해 전부터 티맵과 손을 잡고 자사 차량에 티맵 내비게이션과 AI서비스인 NUGU를 넣고 있다. 그 결과 현 시점에서 수입차 중 볼보만큼 매력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가 없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티맵과 NUGU가 2.0이라는 이름과 함께 대대적인 변신을 했다. 티맵은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기능에 더해 음식점, 주차, 충전 시설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사진까지 동원해서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내 앞에 있는 교차로의 잔여 신호 시간을 알려줘 딜레마존에 빠지지 않게끔 도와준다. 이는 서울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NUGU는 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은 물론, ‘루틴’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만약 출근할 때 특정 종목의 주식 확인과 날씨, 일정을 확인하고 힘을 낼 수 있는 인생곡을 재생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라고 가정하면, NUGU에서 설정을 통해 특정 명령어를 이야기할 때 위의 설정들이 모두 재생되는 것이다. ‘아리아, 출근하자’를 명령어로 지정하면 차에 타서 해당 명령어를 내릴 때 위의 정보들을 NUGU가 재생한다.
티맵 스토어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기능을 앱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FLO만 지원되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멜론’이 추가됐다. ‘헤이 볼보’앱을 통해 정비 예약을 차량 내에서 바로 할 수도 있으며 웹 브라우저인 ‘비발디’가 추가되어 차량 내에서 인터넷을 할 수도 있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비발디를 통해서 유튜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 기능은 차량이 정차해 있는 상황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차량에 별도의 앱이 있지 않은 이상 유튜브 시청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는데 볼보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볼보는 세로가 긴 디스플레이 화면비를 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16:9 영상을 확인할 때 영상이 작게 노출된다. 또한 별도의 앱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 제목이라던가 설명 등이 작은 폰트로 노출된다. 연내에는 OTT서비스인 웨이브가 추가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전기차와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며 영상 시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요즘, 세로 화면비를 오랫동안 쓰고 있는 볼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외에도 연내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카드 정보 등을 미리 등록하면 주유소 등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결제가 가능한 기능이다.
티맵2.0과 NUGU AUTO 2.0은 24년형 볼보 모델에 적용되서 출고되며 이전 모델은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장착되어 있다면 OTA를 통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 기능이 적용돼 있는 24년형 S60 B5를 시승해봤다.
S60은 D세그먼트 세단으로 3시리즈, C클래스, A4, G70등과 같은 세그먼트이며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B5 트림 하나뿐이다. 프리미엄 세단을 표방하지만 전륜구동이라는 것이 특징인데 볼보가 태어난 스웨덴의 척박한 날씨를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 있다.
볼보는 4기통 2.0ℓ 엔진 블럭 하나로 모든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S60 B5 역시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에 과급기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붙여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전륜구동 미션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아이신의 8단 자동 변속기를 매칭했다.
주행을 시작해보면 우선 NVH에 놀라게 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시동이 걸릴 때에 별도의 소음이라던가 불쾌한 진동이 올라오지 않는다. 별도로 ISG를 끄는 장치가 없기에 신호에 걸릴 때마다 시동이 꺼지게 되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빠르고 부드럽게 시동이 걸려서 주행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 한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이지만 엔진의 회전 질감 역시 부들부들한 느낌을 전달한다. 엔진룸 방음에도 제법 신경을 쓴 탓인지 3000 RPM을 넘지 않는다면 엔진 소리가 실내로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덧붙여서 외부 소음에 대한 차폐력이 대단하다. 신호 대기중인 레미콘 트럭 옆에 서도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이로 인해 A필러와 사이드 미러 부분에서 발생하는 풍절음 역시 실내에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그에 비해 노면 소음은 다소 있는 편이다.
높은 출력을 위해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아 3000RPM 이상으로 주행해봤다. 조용하던 엔진룸에서 바리톤과 같은 낮은 음역대의 엔진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4기통 2.0ℓ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엔진음이다.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발 빠르게 변속해 준다.
다만 파워트레인의 느낌이 자극적이지는 않다. 우선 이 차에는 그 흔한 패들 시프트도 없다. D세그먼트의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에서 놓칠 수 없는 범주가 운전 재미이기에 대부분의 라이벌들은 가지고 있는 장비지만, 볼보는 운전 재미보다 안정적인 느낌과 편한 승차감에 집중하려는 듯 했다. 특히 볼보가 가지고 있는 ‘안전’에 대한 집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모든 볼보의 자동차는 시속 180km에 속도 제한이 걸려있다. 4기통 2.0ℓ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결코 느린 차는 아니지만 운전자는 항상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특히 도로 간 이음새나 작은 요철등에서 발생하는 잔진동을 억제하는 능력은 발군이다. 그러면서도 차가 위아래로 바운스 되는 구간에서 출렁이는 느낌 없이 차체를 다잡아 불쾌한 승차감을 만들지도 않는다. 별도의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것이 아닌데도 부드러운 승차감이 필요할 때와 단단하게 잡고 가야 할 때를 잘 알아차린다. 다만 고속에서 급한 차선 변경, 혹은 회피 기동을 할 때에는 하체가 먼저 움직이고 상체가 반박자 늦게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속 구간에서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여타 다른 유럽산 자동차에서 만날 수 있는 탄탄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단단한 것이 아니라 노면 충격의 끝에는 항상 부드러운 댐퍼 느낌을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잔진동을 억제하는 능력치까지 높으니 그야말로 말끔하고 깔끔한 서스펜션 세팅이다.
앞서 이 차량의 장점들을 나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시승 동안 이 차량의 큰 단점을 찾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굳이 찾아보자면 스포츠성이 부각되지 않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 치고는 낮은 연비를 꼽을 수 있겠다. 고회전 영역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은 적이 몇 차례 있긴 하지만 약 40km의 고속도로 주행 후에 트립 컴퓨터에 떠있는 평균 연비는 14km/ℓ로 고속 주행 연비치고 좋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공인 연비 역시 복합 기준 11.3km/ℓ로 연비 효율이 좋지는 않다.
2018년 출시 이후 큰 변화가 없는 디자인과 실내에서의 앰비언트 라이트의 부재는 일부에게 단점으로 적용할 수 있다. 자칫 오래된 차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단정하면서도 볼보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S60은 여타 다른 프리미엄 D세그먼트 세단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운전 재미와 화려한 디자인이 아닌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브랜드의 가치관을 앞에 내세워 결론적으로는 편안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대한민국에 가장 특화된 내비게이션과 AI 시스템을 탑재해 심플하지만 쓰기 편한 인포테인먼트를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세그먼트의 세단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한 번 즈음은 타 볼 가치가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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