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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커진 공간에 비례한 무게… 싼타페는 어떻게 바뀌었나?

권혁재 에디터

설마 이 큰 SUV로 스포츠 주행하지는 않으실 거죠?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미디어 시승 행사를 통해 디 올 뉴 싼타페를 시승했다. 아직 연비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닌 2.5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시승 차량은 모두 최고 등급은 캘리그라피 사양의 전륜 구동 모델이다.

시승했던 오카도 그린 펄 색상의 디 올 뉴 싼타페 / 권혁재PD

5세대 싼타페의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4세대까지는 일반적인 도심형 SUV의 콘셉트였다면, 5세대는 야외활동에 최적화 된 모델로 만들기 위해 네모반듯한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크기도 늘었다. 전장과 휠 베이스는 5cm에 가깝게 늘어났고 전고 역시 20mm가 늘었다. 공차 중량은 100kg이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엔진은 기존에 사용하던 2.5ℓ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도 동일하며 발현 영역대 또한 동일하다. 수치만 봤을 때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지 감이 안 잡힌다.

6인승 모델의 3열을 폴딩했을 때 트렁크 공간 / 권혁재PD

행사 현장 특성 상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것도 있지만, 외부에서 차량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차량의 시동이 꺼져 있는 상태인 줄 알았다. 장시간 시동이 걸려있었기에 엔진이 안정된 이유도 있겠지만 아이들링 시 외부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가 크지 않다. 차에 올라타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제서야 엔진 소리가 실내로 조금씩 들어온다.

싼타페에 들어간 스마트스트림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281마력의 최고 출력과 43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최대 토크 영역대는 1700에서 4000RPM으로 터보 엔진이기에 영역대가 넓고, 일반적인 주행 영역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게 되는 낮은 회전수 구간에 분포되어 있다. 여기에 미션은 8단 습식 DCT가 맞물린다. 4세대 싼타페와 쏘렌토, 쏘나타 디 엣지 N라인 등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하는 가솔린 차량에 많이 적용된다.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2000RPM 언저리의 낮은 회전수에서 엔진은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변속기 역시 누군가 말 해주지 않는다면 토크 컨버터 형식의 자동 변속기로 생각할 정도로 부드러운 변속감을 선사한다. 특히 간선도로 등에서 일정 속도에 올라와 안정적으로 크루징 하는 상태에서는 NVH도 뛰어나다. 엔진 소리가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크지 않다. 0.29Cd의 공기 저항 계수로 인해 각 진 박스형 SUV임에도 풍절음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차인 캘리그라피 사양에는 1열과 2열의 측면 유리창에 모두 이중 접합 유리가 적용되어 외부의 소음도 많이 억제되어 있다.

싼타페에 들어간 스마트스트림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 / 권혁재PD

하지만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급가속을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4기통 엔진의 소음과 회전 질감이 실내로 유입된다. 기존 모델 대비 100kg 이상이 무거워졌고 그룹 내에서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차량 중에서 가장 무겁다. 그렇기에 초반 가속력은 다른 차량에서 경험했던 같은 파워트레인 대비 다소 처지는 느낌이 있다. 시승 당일 비가 왔고 정확한 계측 장비를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했을 때 약 8초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야외 활동 시 공간 활용성을 위해 덩치를 키운 SUV에 이런 가속 성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실용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좋아진 부분이 있다. 디 올 뉴 싼타페의 가솔린 모델은 4세대 모델 대비 복합 연비가 소폭 상승했다. 0.5km/ℓ 내외로 유의미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수 있겠으나 무거워진 무게를 생각하면 오히려 떨어지지 않고 오른 연비가 기특하다.

또한 운전자의 의중을 잘 파악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8단 DCT 역시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답답하지 않게 작동한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하여 변속해 보면 스포티한 세팅의 차량처럼 즉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제법 빠른 변속을 보여준다. 패밀리 SUV에서는 필요 충분 이상이다.

디 올 뉴 싼타페는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 권혁재PD

파워트레인은 패밀리 SUV로서 절대 부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넘쳐 나지도 않는 딱 적당한 정도다. 시속 90~100km 사이로 정속 주행을 할 때에는 출력의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다만 거칠게 달리자고 생각할 때에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품을 사용 설명서 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승차감은 어떨까? 간선도로를 주행하면서 느낀 첫 인상은 ‘생각보다 탄탄하다’였다. 한동안 유럽 자동차의 단단한 하체 성향을 추구하던 현대차가 최근에는 세그먼트에 따라 부드러운 하체 세팅을 적용하고는 했다. 싼타페도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타는 자동차이기에 부드러운 승차감을 적용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도로의 이음새 등을 지날 때, 또는 포트홀 등을 메운 곳을 지나갈 때 어느 정도의 노면 정보가 전달된다. 다만 댐퍼에서 어느 정도 충격을 순화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국도에 진입 해 속도를 낮추면 고속 상황보다는 다소 유순해진 승차감을 보여준다. 특히 과속 방지턱을 넘는 순간은 제법 부드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한 쪽 바퀴만 포트홀이나 멘홀 뚜껑 등을 밟았을 때는 과속 방지턱에 비해서는 큰 충격을 전달하지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단단함이 아닌 탄탄한 승차감을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회피 기동, 혹은 급차선 변경을 가정 해 실험한 모습 / 권혁재PD

다만 높아진 차체와 무거워진 무게, 박스형 설계로 높아졌을 무게 중심 등으로 인해 선회 시 일정 부분 롤은 발생한다. 아마 싼타페가 무른 승차감보다 일정 부분 탄탄함을 유지한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롤링과 비교해서 피칭은 다소 덜 한 느낌이었지만, 640km밖에 주행하지 않은 새 차라서 그런지 브레이크의 답력이 다소 먹먹한 느낌이었다.

싼타페는 아이가 생겼거나 아이가 커 가는 집의 가장들이라면 누구나 구매를 염두에 뒀을 차다. 옵션과 트림에 따라 저렴하게는 3천만 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한 서민들의 패밀리 SUV다. 승차감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서 가변식 댐퍼, 혹은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차량들도 있지만 그런 차량들은 서민들이 구매하기에는 많이 부담되는 고급 SUV다. 결국 싼타페는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승차감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5세대는 이전 모델 대비 크기와 무게 모두 다 제법 늘어났다.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디 올 뉴 싼타페는 승차감과 안정성 가운데에서 괜찮은 절충안을 선택했다. 파워트레인과 마찬가지로 이 차량의 목적성을 생각하고 주행하면 크게 아쉬움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라이트 베이지 투톤 색상이 적용된 싼타페의 실내 / 권혁재PD

고속도로 주행 보조2가 적용된 ADAS 기능은 수준급이다. 간선도로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차선 중앙 유지 장치가 차선의 가운데를 잘 유지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 차량에 맞춰서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부드러운 가감속을 진행한다.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옆 차선의 차량 유무를 판단해 알아서 차선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옆 차선에 선행 차량이 있다면 해당 차량의 속도와 거리에 맞춰 부드럽게 감속한 후 차선을 변경한다. 만약 차선 중앙 유지 장치 작동 중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지 않다면 경고를 울려주는데 손을 가볍게 올려놔도 경고가 해제된다. 그랜저에 적용된 정전식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그랜저와 매우 비슷하다. 1세대 그랜저를 오마주 해 하단부를 원 스포크 형태로 디자인한 것과 달리 싼타페는 투 스포크 형태로 변경됐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여론을 인식한 듯 하다. 2단으로 구성한 대시보드와 눕혀져 있는 공조기 등 실내 구성도 그랜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가죽 등 소재에 대한 고급감도 그랜저와 견줄 만 하다. 거기에 덧붙여 SUV이기에 가능한 대용량 센터 콘솔, 센터 콘솔 하단 수납공간, 2개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등이 대거 적용됐다.

디 올 뉴 싼타페의 후면부 / 권혁재PD

싼타페의 가격대는 그랜저와 겹친다. 소재의 고급감이나 옵션 사양이 그랜저와 겹쳐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승하다 보니 그 외의 공통점을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무난하다’는 것이다. 그랜저는 현대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정말 편한 승차감을 가지고 있는 세단이다. 하지만 그랜저의 특장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딱히 손 꼽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치명적인 단점도 없지만 특정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도 없다. 그런 모난 것 없는 모습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사랑 받고 수 개월 연속으로 판매량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비록 2시간 여의 짧은 시승이지만 싼타페를 타면서 느낀 것 역시 동일하다. SUV로서의 공간 활용 능력에서는 매우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행 특성에서는 치명적인 단점도 없고 뚜렷한 특징도 찾아볼 수 없다. 한 마디로 무난하다. 그래서 이번 싼타페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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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에디터
mobomtaxi@carandm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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