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 돌진… 9명 사망하고 4명 부상
운전자는 68세 버스 운전기사로 차량 급발진 주장
1일 오후 9시 27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차량 3대를 차례로 충돌한 후 인도에 있던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청 직원 2명, 인근 은행원 4명, 인근 병원 직원 3명 등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하는 큰 사고였다. 특히 이중 은행 직원들은 승진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를 마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입건된 운전자는 68세 남성으로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고 있지만 목격자 증언과 CCTV 화면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급발진 사고의 경우 대부분 차가 심각하게 파손될 정도로 사고가 나야 폭주가 끝나는 반면 해당 사고는 운전자가 사람과 충돌 후 브레이크를 통해 스스로 제동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운전자가 무사고 경력의 버스 운전 기사라는 것이 알려지며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운전자 과실로만 몰고 갈 수 없다는 여론도 있다. 실제로 운전자는 2일 조선일보와의 전화를 통해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의 진위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사고 이전에도 사고를 낸 후 급발진을 주장한 고령 운전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10월 가수 설운도의 아내가 운전하던 벤츠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한 사고 역시 최초에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 결과 제동등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작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급발진 사고는 60대 이상에서만 발생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비율은 6%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오히려 11% 증가했다. 게다가 고령 운전자 사고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통 사망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자에 의한 사고는 26.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2.4%, 80세 이상은 4.7%, 85세 이상은 7.3%로 고령일수록 치사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출산율이 줄어들고 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만큼 고령 운전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시청역 사고를 통해서라도 사회적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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