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양궁 40년간 올림픽 제패… 그 뒤를 조력한 현대차

2021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 논의
파리의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 국내에 짓기도… 파리에는 개인 훈련장 임대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10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이 대역사를 만든 근간이지만 그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메달 시상자로 나온 것에 의아할 수도 있지만 정의선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이자 아시아양궁연맹회장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을 후원했는데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2021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파리 대회가 열리는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으며 경기 당일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정교하고 세밀한 연습 과정을 거쳤다. 올림픽 대회 당일 관중석의 응원과 그로 인한 소음에 대비해 프로축구단 전북현대모터스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 약 40분가량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파리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도록 올림픽 경기장에서 약 10여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전용 연습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훈련은 물론 휴식 시설까지 갖춘 곳으로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준비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빠른 7월 16일 축구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했고 시차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전용 훈련장과는 별개로 경기장에서 약 300m 거리에 선수단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의무치료실과 라운지를 갖춰 물리치료는 물론 맞춤형 식사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환경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훈련에 도움이 될 만한 장비들을 대거 연구개발했다.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에 필요한 것들을 청취해 만든 것들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복사냉각 모자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고정밀 슈팅머신 등이다. 대부분 훈련 과정에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어디서나 활 등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그리고 훈련을 같이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것들이다.

더불어 유소년부터 선수로 육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양궁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특별지원을 통해 일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양궁 장비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와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양궁협회와 학교 체육 수업에 양궁을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양궁을 생활 스포츠로 친숙하게 느끼기 위한 차원이다. 2022년부터 일부 중학교를 시작으로 올해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이나 체육 수업에서 양궁을 가르치는 등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지원은 하되 선수단 선발과 협회 운영에는 일체 관여를 안 하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특혜 시비가 발생하더라도 양궁협회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양궁협회의 높은 투명성과 공정성은 널리 알려졌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되며 기존 스타 메달리스트도 명성과 상관없이 오로지 현재의 성적으로만 평가받는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실제 선수들이 훈련에 사용했던 장비들을 전시하고 일반 관람객들이 양궁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현대차는 해당 행사를 통해 올림픽 기간에만 반짝 시청하고 마는 양궁이 아닌 일반인들도 폭넓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스포츠로서 양궁 대중화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