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때문에 아이오닉5와 고민 중이라면?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이 돌아왔다. 2018년 처음으로 선보인 코나 일렉트릭은 1세대 코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파생형 전기차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거의 최초로 1회 충전시 300km 이상 주행 거리를 선사한 전기차다. 기아 쏘울EV나 현대차 아이오닉 전기차와 견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미스러운 일들로 국내에서는 잠시 명맥이 끊겼던 코나 일렉트릭이 2세대 코나의 파생형 모델로 돌아왔다. 수많은 전기차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지금 과연 상품가치가 있는지 알아봤다.
코나 일릭트릭은 억울하다. 가격 논란 때문이다. 코나 일렉트릭 롱 레인지의 가장 고급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가격이 너무 높아 현대차 아이오닉5를 넘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세대 코나 일렉트릭은 얼마나 저렴했을까. 검색했더니 손쉽게 2018년 4월의 가격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때와 견줘 약 200만 원 정도가 올랐다. 5년 사이에 있었던 반도체 이슈와 원자재 공급 부족 문제를 생각해보면 많이 올랐다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은 ‘대안’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장 같은 집안인 아이오닉5의 기본형 사양과가격대가 겹쳐 ‘비싸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아이오닉5의 기본형 트림과 비교했을 때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 상품성이 그만큼 뒷받침이 되는지 집중하면서 시승해봤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 코나를 바탕으로 만든 파생형 전기차다. 현대차는 코나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전기차를 우선적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확실히 내연기관 대비 차별화된 부분들이 있다. 우선 현대차 전기차들의 공통적인 디자인 언어인 픽셀이 잔뜩 들어가 있다. 내연기관 모델에는 일자형 DRL이었던 심리스 호라이즌에 얇은 선들이 세로로 배치돼 여러 개의 픽셀이 만들어졌다. 에어인테이크가 위치한 전면 하단에도 스틸 소재로 수많은 픽셀들을 도드라지게 배치했다. 휠 디자인 역시 내연기관 모델과 다른데 인스퍼레이션의 19인치 휠은 큼지막한 5스포크 타입을 채택했다. 전기차답게 휠에 바람이 들어가는 공간, 이른바 개구율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이면서도 여기에서 또한 픽셀을 놓치지 않았다. 내연기관 모델은 휠 하우스를 두르는 클레딩을 무광 플라스틱으로 배치해 SUV의 전방위적 강인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일렉트릭은 차체 색상과 동일한 원톤의 클레딩을 둘렀다. 조금 더 도회적인 느낌이 든다.
후면부에서도 다양한 픽셀을 만날 수 있는데 전면부 DRL과 통일감을 가지고 있는 일자형 미등 역시 픽셀의 느낌이 나도록 세로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번호판 하단 범퍼에도 픽셀 모양의 반사판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시승 차량이 검정색이라서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차량을 한 바퀴 두르는 검은색 띠가 있는데 이 역시 코나 일렉트릭에만 적용되는 디자인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내연기관 코나와 크게 다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인 요소로 살펴보면 아예 똑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몇몇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차이점을 볼 수 있는데, 우선 내연기관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그것도 1세대 코나와 같은 컴바이너 타입이 아니라 전면 유리창에 상을 비춰주는 형태다. 실내 V2L이 적용돼 2열 센터콘솔 부분에 220V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다. 인스퍼레이션 모델을 구매하면 추가적으로 실외 V2L 커넥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캠핑 등 야외 활동이 취미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 하다.
파생형 전기차인 데다 전륜에만 싱글모터를 갖추고 있는 전기차이기에 큰 기대 없이 보닛을 열었는데 프렁크가 자리 잡고 있다. 오히려 E-GMP 플랫폼 듀얼모터 전기차에 들어간 프렁크보다 더 큰 공간으로 보여 활용성은 매우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니로EV보다 저렴한 전기차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대차그룹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전기차인데도 불구하고 가스 리프트 형태의 보닛이 적용된 것도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이 차에는 중국산 CATL 64.8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적용돼 있고 150kW 출력의 전기 모터가 전륜에만 달려 있다. 마력으로 치환하면 최고 출력은 203마력, 최대 토크는 26kg.m으로 내연기관의 1.6ℓ 터보 모델과 거의 동일한 출력의 파워트레인이 장착돼 있다. 전기차는 미친 듯이 앞으로 튀어나간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면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 하지만 엇비슷한 출력대의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전기차의 특성인 초반부터 발휘되는 최대 토크와 변속이 없는 매끄러운 회전 질감, 별도의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NVH의 이점 때문이다. 초반부터 나오는 최대 토크가 최고 제한 속도의 영역까지 꾸준하게 발휘되기 때문에, 고개가 젖혀질 정도의 폭발적인 가속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닐 일은 없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출력의 분출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지만 계기판만 봐도 전력 소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GMP 플랫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77.4kWh 배터리에 비해 10kWh 이상 용량은 적지만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17인치 휠 기준으로 415km(빌트인캠 적용 기준) 인증 받은 것을 보면 효율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2인치 높은 19인치 휠을 선택하게 되면 주행 가능 거리가 368km로 약 50km 정도 확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19인치 휠을 선택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구매할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19인치 휠이 장착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에 17인치 휠이 적용되는 프리미엄 트림에 옵션을 모두 추가하는 형태로 인스퍼레이션과 비슷한 옵션 구성으로 맞추는 해결 방법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럴 경우 보스 오디오와 투톤 컬러 루프는 선택할 수 없다. 인스퍼레이션 전용 옵션이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19인치 휠을 별도의 옵션 사양으로 빼거나, 인스퍼레이션에서 17인치 휠 마이너스 옵션을 적용하는 것이다.
가성비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면서 중단거리 위주로 주행하고 매일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롱 레인지가 아닌 스탠다드 사양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더 작은 용량인 48.6kWh 배터리가 장착되며 그에 따라 모터의 출력도 99kW, 약 135마력인 파워트레인이 장착된다.
평범한 파워트레인이지만 회생제동 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코나 일렉트릭은 회생제동을 아예 비활성화하는 0단계부터 강도에 따라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엑셀 오프만으로 정지까지 가능한 i-페달도 갖추고 있다. 수입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는 운전자가 회생제동 강도를 정할 수 없으면 무조건 강하게 걸린다. 반대로 폭스바겐 ID.4 같은 경우 회생제동을 강하게 설정해도 비교적 약하게 걸린다. 현대차는 옛날부터 이렇게 다양한 회생제동 선택의 폭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가속 페달에서 발을 놓는 순간 강하게 회생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듯 점층적으로 작동한다. 내연기관만 타오다 전기차를 처음 접한 이들도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법한 세팅이다. 만약 수입 전기차에 익숙하다면 i-페달을 통해 원페달 드라이브를 할 수 있으니 누가 타도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을 다양한 수의 회생제동 단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 회생 제동 2.0’기능이 들어가 있어 전방의 교통 흐름 및 내비게이션 경로를 분석해 자동으로 회생제동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NVH 특성도 예상 외로 뛰어나다. 물론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크지 않기에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NVH가 우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엔진 소리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코나 일렉트릭은 이 부분에서도 우수한 정숙성을 보여줬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크게 들어오지 않고 옆 차선으로 지나가는 내연기관차의 엔진 소리가 들어온다.
시승 첫 날은 퇴근길 내부순환로와 잠실 등 정체가 심하고 노면 상태가 좋은 도로 위주로 주행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나 일렉트릭은 상당히 뛰어난 완성도를 뽐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코나 일렉트릭에도 단점이 있었다.
2세대 코나 1.6ℓ 터보 전륜구동 모델을 시승했을 때 코나는 제법 단단한 하체 성능을 보였다. 1세대 코나로부터 이어져 온 다부진 주행 감각을 계승하면서 파워트레인의 넉넉한 출력을 통해 해치백과 같은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차였다. 하지만 배터리를 하부에 담으면서 공차 중량은 320kg이 늘어났고(19인치 휠, 전륜 구동 기준) 전륜구동에서는 토션빔이었던 후륜 서스펜션이 멀티링크로 변했다. 움직임이 둔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의외였던 것은 내연기관과 다르게 소프트한 승차감 세팅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320kg이나 무거워진 차체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무게는 더 무거워졌는데 차체 강성은 전과 같이 굳건하고, 여기에 서스펜션까지 단단했다면 과속 방지턱을 넘는 것과 같은 강한 충격이 있을 때마다 불쾌한 승차감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부드러워진 서스펜션이라고 무거운 차체를 온전히 감당할 수는 없었다. 과속 방지턱을 못 보고 지나가는 상황이라던가, 갑작스레 나타난 포트홀을 기존의 속도로 밟았을 때는 늘어난 무게감이 함께 도로를 내리 찍는다. 충분히 감속을 하고 지나가도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차량의 무게를 못 이기고 출렁이는 승차감을 보여준다. 물러진 만큼 내연기관의 운동 성능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파생형 전기차이면서 적극적으로 원가 절감을 해야하는 보급형 전기차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하체 세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외의 차량 완성도가 너무 좋았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이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하체 세팅이 이 차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코나 일렉트릭은 어느 면으로 보나 완성도가 제법 뛰어난 전기차다. 1세대와 비교해도 가격 상승폭이 그렇게 높지 않고 단점으로 지적되던 2열 공간도 이제는 패밀리카로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그렇다면 인스퍼레이션 트림과 가격대가 어느 정도 겹치는 아이오닉5 롱 레인지 후륜구동 익스클루시브 트림과 비교하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코나 일렉트릭 롱 레인지의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 하면 약 5300만 원대(세제혜택 적용 후 기준)의 가격이 책정된다. 아이오닉5 롱 레인지 후륜구동의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아무 옵션을 더 하지 않아도 5410만 원(세제혜택 적용 후 기준)이니 우선 100만 원 가량의 가격 차이가 난다.
여기에서 코나가 우세한 것은 편의 사양이다. 아무리 한 등급 높은 아이오닉5이지만 풀옵션 사양과 이른바 깡통 사양의 차이는 제법 많이 나는 편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빌트인 캠과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천연 가죽 시트, LED 방향 지시등 등이 코나에만 적용된다. 그렇기에 차를 선택할 때 편의 사양이 중요한 구매자라면 코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아이오닉5가 우세한 것은 전기차로서의 완성도 측면이다. 애초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개발했기에 파생형 전기차인 코나보다 전기차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단적인 예시로는 하체 성능을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오닉5는 2톤에 가까운 공차 중량을 가지고 있지만 불편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일은 매우 적다. 또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도 코나의 인스퍼레이션 트림과 비교했을 때 약 90km가 더 높다. 전기 모터의 출력 역시 코나 대비 약 25마력, 10kg.m 정도가 더 뛰어나다.
고객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항목 또한 존재한다. 아이오닉5가 전장은 280mm, 휠 베이스는 340mm가 더 크다는 것이다. 물론 큰 전장과 휠 베이스로 인해 아이오닉5가 훨씬 쾌적한 실내 공간을 자랑하지만 운전할 때는 단점으로 적용한다. 3m에 달하는 휠 베이스는 유턴할 때와 주차할 때마다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작은 크기지만 그렇다고 코나가 작은 차는 아니다. 2열에서도 제법 넓은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보유하고 있어서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이 부분은 구매자 성향과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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