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아쉬움 있지만, 기능성만큼은 세그먼트 최고 수준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를 꼽아보면 하이브리드 중형 SUV일 것이다. 오랫동안 이 시장은 싼타페와 쏘렌토로 대표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텃밭이었지만,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출시를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에는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하이브리드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흐름이지만, 제조사들에겐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경쟁자들이 대거 출현했지만, 쏘렌토는 지난해 9월부터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다른 차에 내어준 적이 없다. 놀랍게도 세그먼트를 넘어 국산차 전체 판매량 집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쏘렌토보다 뒤늦게 출시한 싼타페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랑 콜레오스에 추월당한 적은 없지만, 지난해 12월 두 모델의 판매량 차이는 불과 100여 대에 불과했다.
한때 시장을 압도했지만 이제는 경쟁 모델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오랜만에 다시 시승했다. 비교적 최근 시승한 경쟁 모델과 대비해 싼타페가 갖춘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였다.

디자인은 여전히 낯설다. 길거리에서 자주 마주치며 어느 정도 뇌이징(뇌와 에이징의 합성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반복 노출로 익숙해지고 호감이 생기는 현상)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멀리서 슬쩍 보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전면부는 이제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후면부는 여전히 어딘가 낯설다. 객관적으로 싼타페를 디자인이 뛰어난 차로 평가하긴 어렵다. 전면과 측면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후면부 디자인은 심미성과 거리가 있다. 이전 세대에서는 쏘렌토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던 싼타페가 지금처럼 밀리는 데는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기능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다. 박스형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싼타페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패밀리 SUV로서 실용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만들어졌다. 넉넉한 짐 공간과 더불어 짐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도록 트렁크 입구를 최대한 넓히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대부분의 노치백 SUV들이 테일램프를 양 끝단에 두고, 그 안으로 테일게이트가 들어가는 구조를 택하는 반면, 싼타페는 테일게이트의 개구부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 후면 전체 면적에 맞춰 트렁크 도어를 구성했다. 이로 인해 테일램프의 위치와 형상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디자인 측면에서는 타협이 불가피했다.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디자인은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 중 하나다. 상품성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눈에 띄어야 하고, 그 때문에 기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모델들도 적지 않다. 반면, 싼타페는 그와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우선한 구성이다. 그 결과 외형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분명한 강점을 드러낸다. 특히 넓은 테일게이트 개구부는 짐을 싣거나 차박을 위한 조건으로는 최적에 가깝다. 싼타페를 마냥 못생겼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지점이다.
공간 구성에서도 차별점은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그랑 콜레오스와 토레스는 크기에서 싼타페와 쏘렌토보다 작기 때문에 3열 좌석이 없는 5인승 모델로만 출시되고 있다. 반면, 싼타페와 쏘렌토는 6인승과 7인승 모델을 함께 운영하면서 보다 다양한 활용도를 제공한다. 다만 두 모델 사이에도 중요한 차이는 존재한다. 이전까지의 7인승 중형 SUV는 성인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명목상’ 7인승에 가까웠다. 머리, 허리, 무릎, 발 중 어느 하나 편안한 부위가 없었고, 성인이 잠깐 앉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이는 현행 쏘렌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싼타페는 다르다. 3열에 100kg이 넘는 거구가 탑승해도 머리 공간은 여유롭고, 무릎 공간도 예상보다 여유가 있다. 물론 4륜구동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상 후륜구동계가 차지하는 공간으로 인해 바닥이 약간 높아 불편함은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중형 SUV 가운데 이 정도로 넉넉한 3열은 보기 어려웠다.
3열을 자주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팰리세이드나 카니발 같은 큰 차가 부담스럽다면, 싼타페는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신형 팰리세이드 역시 싼타페와 비슷한 박스형 디자인으로 출시했는데, SUV의 목적성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동급 대비 싼타페의 최대 장점이라 꼽을 수 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라인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구성이다. 하지만 최근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나 KG 모빌리티 토레스 등이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하면서 싼타페의 파워트레인은 상대적으로 다소 오래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에 대응해 현대차는 최근 신형 팰리세이드를 통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고, 이 기술을 1.6 터보 하이브리드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37.4kg.m을 발휘하며, 정부 공인 복합 연비는 15.5km/ℓ다.
최근 등장한 경쟁 모델들의 특징은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심에서 엔진이 배터리 충전의 역할을 주로 맡게 되며, 대부분의 구동은 전기 모터만 담당하는 EREV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결과 전기차와 비슷한 깔끔한 주행 감각을 만들어 내고 높은 연비 효율을 보인다. 현대차의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전기 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갈 때의 이질감 등이 상당히 적은 편이지만, 전기 모터의 구동률이 높은 위와 같은 방식에 비하면 NVH 측면에서 단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연비 측면에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인 복합 연비 수치는 의외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인치 휠을 장착한 5인승 전륜구동 모델 기준으로,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4.4km/ℓ, 그랑 콜레오스는 15.0km/ℓ,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15.2km/ℓ의 복합 연비를 기록했다. 겉보기엔 싼타페의 연비가 가장 낮지만, 그랑 콜레오스보다 145kg, 토레스보다 210kg 더 무겁고 큰 차체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격차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 주행에서도 트립 컴퓨터 기준 평균 연비는 200km 주행 동안 16.1km/ℓ를 기록했다. 도심 60%, 고속도로 40%의 주행 환경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치다.
파워트레인 성능 면에서는 싼타페가 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기 모터 출력이 더 높은 그랑 콜레오스와 토레스에서 더 빠른 반응이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변속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6단 자동변속기, 그랑 콜레오스는 3단 변속기, 토레스는 무단변속기를 각각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속 시 변속기가 다단화된 싼타페가 보다 적극적으로 차체를 밀어주는 느낌을 전달하며, 이러한 특성은 고속 주행 시 더욱 두드러진다.

다만 앞서 언급한 동급 경쟁 모델들이 비교적 부드럽고 컴포트한 승차감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싼타페의 승차감은 다소 탄탄한 편이다. 잘 포장된 노면에서는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요철이 많은 노면이나 높이가 큰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는 생각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이러한 특성은 패밀리 SUV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다. 개인적으로는, 승차감이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편의 사양 측면에서는 현대차그룹 특유의 강점이 드러난다. 동급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듀얼 선루프, 안마 시트 기능, 듀얼 무선 충전 시스템, 2열 독립 시트 등의 사양이 탑재 가능하다. 편의 사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싼타페는 디자인이라는 요소로 인해 과소평가 받은 차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물론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최근에는 디자인이 차량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SUV 본연의 장르적 기능성과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충분히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모델임이 분명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과거 시승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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