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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모델Y RWD 타고 대전 성심당까지 빵 사러 가봤습니다

권혁재 에디터

테슬라 교보재로서 매우 우수하지만 겨울에는 어떨지 미지수

테슬라가 다시 한번 보조금 100% 지급 기준 상한선 안으로 들어왔다. 예약은 단숨에 2만 대를 돌파했다. 과거 모델3가 보조금 상한선 안에 들어왔을 때를 다시 재현하는 듯 하다. 대박의 주인공은 모델Y RWD다.

테슬라 모델Y RWD / 권혁재PD

모델Y RWD는 5699만 원의 가격을 책정 해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 원보다 1만 원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모델3도 아닌 SUV 모델Y가 어떻게 이런 저렴한 가격을 들고 나올 수 있었을까? 우선 기존의 모델Y 롱 레인지, 퍼포먼스와 달리 RWD는 중국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된다. 미국에서의 운반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 Telsa Gallery

두 번째로 모델Y에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다. 대한민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리튬 이온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를 핵심 제품으로 생산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소재 특성 상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의 밀도가 낮아 같은 크기의 배터리라고 해도 용량이 낮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인 모델Y만 놓고 봐도 그렇다.

모델Y RWD에 들어가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59.68kWh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Y 롱 레인지의 경우 84.96kWh의 배터리를 사용 해 같은 차대를 사용함에도 약 25kWh의 용량 차이가 발생한다. 게다가 RWD는 싱글 모터, 롱 레인지는 듀얼 모터임에도 불구하고 두 차량의 무게 차이는 90kg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인증 기준, 모델Y RWD는 1회 충전 시 350km밖에 못 가지만 롱 레인지는 511km나 갈 수 있다.

테슬라 모델Y RWD / 권혁재PD

상온일 때보다 영하 7도 아래로 떨어지는 저온에서의 주행 가능 거리가 확 줄어든다는 것 역시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모델Y RWD는 상온에서 350km를 주행할 수 있지만 저온에서는 277km로 떨어져 약 21%의 하락 폭을 보인다. 같은 기준으로 롱 레인지는 약 15%의 하락 폭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도 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일까? 바로 비용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현저하게 저렴한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가 많이 돌아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 출시한 레이EV와 9월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X 역시 같은 이유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 테슬라 모델Y RWD 역시 이런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해 국내에서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 원 이하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국고 보조금을 514만 원 받을 수 있으며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저렴하게는 4천만 원 중반의 가격에도 테슬라 오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 된 모델Y RWD를 시승하면서 실제로 이 차가 1회 충전에 350km를 주행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 강남에서 100% 충전을 마친 후 잠실을 거쳤다가 대전 성심당과 한빛탑을 들린 후 다시 서울 마포구로 오는 약 353km 구간이다.

테슬라 모델Y RWD / 권혁재PD

모델Y는 얼핏 보면 모델3의 키큰이 모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 끼워도 될 것 같은 헤드 라이트와 리어 램프의 형상, 패스트백 형태로 흘러가는 차체의 프로포션이 그렇다. 테슬라가 주장하는 대로 이 차가 과연 SUV의 실용성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 의문은 트렁크를 열고 구석구석 살펴보면 바로 풀리게 된다.

전동식으로 열리는 해치 게이트를 열어 보면 의외로 트렁크의 면적이 넓다. 2열 시트가 후륜 휠 하우스 앞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휠 하우스부터 온전히 트렁크 공간이다. 하지만 패스트백 형태로 디자인 되어 상부 공간을 활용하기가 어려운데 대신 테슬라는 트렁크 바닥 아래로 어마어마한 수납 공간을 만들었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별도의 배기가 없고 이를 최대한 활용한 수납 공간의 형태다.

트렁크 벽면에는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별도의 레버가 배치되어 있어서 손 쉽게 시트 폴딩이 가능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평평한 공간에는 176cm인 에디터가 누워도 넉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2열 시트는 크지는 않지만 2단계로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차, 왠만한 박스형 디자인 SUV만큼 거주 공간과 수납 공간을 가지고 있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 저만한 수납 공간이 또 존재한다 / 권혁재PD

1열에 앉아보니 시트 포지션이 제법 높다.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시트 레일의 위치부터가 높아 의도적인 배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UV의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운전 편의성을 찾는 구매자들도 많기에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인테리어 변화는 크지 않다. 테슬라 특유의 극도로 심플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다만 대시보드에 가로로 질러가던 우드그레인 장식이 도어 트림에도 살짝 연결되었다. 기존의 밋밋함은 덜 하지만 원래는 없던 것이기에 장식의 연결성 등 디자인에 있어서는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다. 테슬라의 고질적인 문제인 조립 품질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왠지 모르게 조립 품질 문제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시승차에서는 그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공조 장치부터 프렁크, 2열의 열선 시트, 사이드 미러 조정, 심지어 글로브 박스까지 통제하는 센터 디스플레이의 역할도 그대로다. 다만 최근 시승했던 모델S 플래드와는 다르게 기어 노브가 스티어링 휠 칼럼에 달려 있다. 곧 모델3의 부분 변경 모델인 하이랜드가 출시 될 예정인데 모델3와 Y도 곧 기어 노브 마저 센터 디스플레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볼 수 있다.

테슬라 모델Y RWD의 인테리어 / 권혁재PD

모델Y RWD는 후륜을 굴리는 모터가 하나 들어가는 후륜 구동 모델이다. 모터의 최고 출력은 295마력, 최대 토크는 34.67kg.m. 초반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차의 특성 상 아쉬운 출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코나 일렉트릭(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26kg.m)이나 폴스타2 싱글모터(최고 출력 234마력, 최대 토크 33.6kg.m)등 동급의 싱글모터 모델과 비교해 보면 더 높은 출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속 주행 중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후련하게 나간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다. 이는 출력 대비 예상한 것에 비해서도 다소 약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에너지 밀도가 낮은 만큼 출력을 억제하는 장치가 있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다.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처럼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정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같은 경우 회생 제동을 아예 끄는 것 부터 총 5개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이를 생각해보면 다소 불친절한 방향성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회생 제동의 강도가 강한 편이라 전기차를 처음 접하거나 테슬라를 처음 타본다면 적응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진짜 ‘원 페달 드라이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가속 페달의 개폐량만 가지고도 차량을 정지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미세하게 가속 페달을 컨트롤 해야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가속 페달은 ‘컴포트’와 ‘표준’으로 나누고 있는데 컴포트에서는 회생 제동이 동시에 물려있는 듯한 묵직한 페달 감각을 지니고 있고 표준에서는 봉인을 해제한 듯한 가벼운 페달 감각을 가지고 있다.

아스팔트 포장의 경계 부분과 차선, 전방 차량의 움직임이 헷갈렸는지 오토파일럿이 싱겁게 풀리는 상황이 있었다. / 권혁재PD

시승 차량은 FSD 옵션을 선택한 모델이다. 지난 번에 모델S 플래드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며 오토파일럿을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했기에 테슬라의 ADAS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시승에서는 몇 번의 의아한 행동을 보여주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었다. 위 사진 속 상황은 편도 2차선 도로가 3차선으로 확장 되는 구간이다. 1차선은 2차선이 되고 새로운 1차선이 생기는 상황에서 모델Y는 잘 가던 중 갑자기 스티어링 휠을 움찔하더니 ADAS를 중단했다. 추측하건대 2차선 가운데에 있는 도로 포장의 흔적, 혹은 2차선으로 갈 듯 하다가 방향지시등 없이 1차선으로 들어간 선행 차량 중 하나가 요인이 되어 오토 파일럿을 포기한 듯 싶었다. 여기까지는 나름 특수한 주변 환경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후 쭉 뻗은 일직선 구간에서 갑자기 스티어링 휠이 움찔하며 돌아가려던 상황을 겪으면서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다르게 자율 주행 솔루션에서 레이더와 라이다를 배척하고 있다. 오직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FSD를 완성시키는 것이 테슬라의 목표다. 그런 이유로 이번 모델Y에는 흔히 주차 센서라고 불리는 초음파 센서도 전부 삭제됐다. 총 400km 이상 이 차량을 시승하는 과정에서 오토 파일럿의 이런 오작동, 혹은 작동 해제는 3번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높은 속도에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조작하는 것인만큼 너무 급진적인 개발 방향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모델Y RWD를 타고 대전 시장 거리를 지나가는 모습 / 권혁재PD

기존 모델3와 모델Y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승차감도 상당히 개선됐다. 고속 주행 중 요철을 지나가는 상황이라던가 도로의 높낮이 차이로 발생하는 바운싱을 경험할 때는 기본 바탕이 단단한 승차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돌길 같은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잔진동을 잘 잡아주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모델Y RWD가 새롭게 개발한 신차, 혹은 부분 변경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같은 세대 내에서도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신형 모델로 대대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는 이상 하체 세팅을 크게 개선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이런 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와 결을 달리하는데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다른 제조사들이 두려워할 만한 부분이다.

대전 한빛탑 배경의 모델Y RWD / 권혁재PD

이 날 시승 결과, 모델Y RWD는 충전 후 338km의 거리를 주행하고 21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기록했다. 잔여 거리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359km는 주행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서울까지 복귀는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해서 경기도 광명역 인근 슈퍼 차저에서 충전을 했다. 참고로 이 날은 테슬라의 인포테인먼트에 외기 온도가 40도로 표시될 정도로 매우 뜨거운 날이었고, 영상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정차 상태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켜두기도 했다. 즉, 일반적인 주행 환경처럼 차에 앉자마자 주행을 바로 시작했다면 359km 이상을 주행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대전 왕복 결과 최초 충전 이후 338km를 주행하고 21km의 잔여 거리가 남았다. / 권혁재PD

솔직해지자. 운송 사업자가 아닌 이상 하루 평균 주행 거리가 360km가 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본인의 생활 반경이 일정하고 그 거리가 길지 않다면 모델Y RWD의 주행 거리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테슬라가 자랑하는 오토 파일럿과 유튜브, 트위치, 넷플릭스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차 안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하지만 겨울이 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277km라는 거리가 길어 보이는가? 만약 집과 회사의 거리가 30km라고 생각하면 주5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1회 충전으로 일주일 출퇴근도 하지 못 한다. 만약 집이라던가 회사에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충전 경쟁이 심한 공동 주택에 거주하며 회사에도 변변한 충전 시설이 없다면 비충전 상태에서 주행하는 3일 째에는 진땀이 날 것이다. 고속도로에는 전무한 슈퍼차저는 겨울철 장거리 주행 때 부담일 것이다. 어댑터를 사용해 DC콤보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왜 테슬라를 샀나 의구심이 들 것이다.

모델Y RWD는 장단이 극명한 차다. 위에 열거한 장점을 들어서 입문형 테슬라로서는 최상의 가치를 지닌 차량이다. 게다가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고 인기 역시 많은 모델Y다. 그에 반해 다른 테슬라 모델 대비 빈약한 파워트레인, 겨울철 주행 거리에 대한 압박 등은 큰 단점으로 적용한다. 그렇기에 이 차는 누군가의 추천보다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활동 반경 내에 충전 시설이 갖춰져 있어 언제든지 충전이 가능하고, 장거리 주행을 할 일이 적으며 출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차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산을 더 끌어다 쓸 수 있다면 삼원계 배터리가 장착된 롱 레인지 모델의 구매를 추천한다. 참고로 모델Y의 롱 레인지와 퍼포먼스 모델의 판매는 현재 막혀있는 상태로 내년에 판매가 재개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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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에디터
mobomtaxi@carandm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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