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벤틀리 스피드 식스에서 영감을 받아 새 디자인 철학 적용
벤틀리모터스가 영국 크루 본사 내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새롭게 단장하고, 그랜드 투어러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콘셉트카 ‘EXP 15’를 공개했다.

EXP 15는 1930년대 벤틀리 스피드 식스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으며, 전동화 시대의 방향성을 적용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전면에 수직형 그릴을 배치하고 긴 보닛, 뒤쪽으로 밀린 캐빈 구조를 통해 클래식한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이는 1930년형 벤틀리 스피드 식스 거니 너팅 스포츠맨 쿠페와 유사한 구조로, 기차와 대결을 펼쳤던 ‘블루 트레인 레이스’에 사용된 모델의 디자인 모티프를 차용했다.
새 디자인 스튜디오는 1939년에 완공된 ‘프론트 오브 하우스’를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기존 건물을 보존한 채 3층을 증축했다. 벤틀리는 이 공간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브랜드 헤리티지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 약 50명의 디자이너가 이곳에서 근무하며, 내·외장 디자인뿐 아니라 뮬리너 비스포크, 사용자 경험(UX), 인터페이스(UI)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은 “지금은 미래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 벤틀리 역사상 가장 큰 디자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며 “진정한 협업이 가능한 공간을 통해 통합적 팀워크를 발현해 성공적인 디자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EXP 15의 전장은 5m를 넘으며, 보닛 아래 여유 공간은 수납공간으로 구성된다. 두 개의 후드 패널은 피아노 커버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전통적인 벤틀리의 디자인 요소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릴은 디지털 조명과 결합해 시각적인 중심축 역할을 하며, 전면 조명은 4개의 얇은 선형 라이트로 구성됐다. 측면 에어벤트는 시각적 디테일과 함께 공기 흐름 제어 역할도 겸한다.
차체는 수평적 비율과 균형을 강조하며, 리어 펜더의 돌출 형태는 벤틀리가 구축했던 디자인인 ‘휴식하는 맹수’를 담았다. 테일 게이트에는 ‘명예로운 방패’라는 콘셉트가 적용돼 벤틀리 엠블럼과 다이아몬드 패턴 리어램프가 배치됐다. 루프라인 끝단에는 액티브 에어로 디퓨저가 설치돼 공기역학 기능도 수행한다.

실내는 3인승 구성으로 운전석, 동승석, 뒷좌석이 각각 독립된 도어를 갖추고 있다. 운전석 도어는 뒷좌석으로 연결돼 있고, 반대편 도어는 코치도어 방식으로 개방된다. 파노라믹 루프와 회전형 시트는 승하차 시 편의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동승석은 코파일럿, 스탠다드, 릴렉스 모드로 전환 가능하며, 레그룸 확보와 함께 풋레스트, 반려동물 수납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트렁크는 수납 공간을 넘어, 접이식 시트와 냉장고가 펼쳐지는 구성을 갖춰 야외에서도 활용 가능한 간이 휴식 공간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인테리어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구성됐다. ‘윙 제스처’ 대시보드는 벤틀리 로고에서 영감을 얻었고, ‘볼드한 중량감’은 넓은 면적의 고급 소재로 표현했다. ‘포근한 안식처’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감싸는 형태의 실내를, ‘상징적인 디테일’은 불스아이 에어벤트, 널링 스위치, 다이아몬드 퀼팅 등을 의미한다.
‘마법 같은 융합’은 물리적·디지털 요소의 통합을 뜻한다. 예컨대 대시보드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다가 필요 없을 때는 우드 베니어가 드러나는 구조다. 중앙에는 시계 형태 장치가 충전 상태나 방향 정보를 표시하며,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차체 외장에는 ‘팔라스 골드’ 색상을 적용했고, 초박형 알루미늄 안료를 사용해, 외부에서 센서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율주행 기능을 저해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실내는 영국 게인즈버러산 실크와 ‘아크릴 쿠튀르’ 메시 소재로 조화를 이뤘다. 시트와 인테리어 전반에는 폭스 브라더스가 제작한 100% 양모 원단이 사용돼 자줏빛 옴브레 효과와 함께 3D 프린팅 티타늄 트림과 조화를 이룬다.
EXP 15는 양산을 전제로 하진 않았지만, 향후 출시될 순수 전기 벤틀리 모델의 디자인 방향을 암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플랫폼이나 구체적인 파워트레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4륜구동 전기 시스템과 빠른 충전 속도, 긴 주행거리를 전제로 설계됐다. 지속가능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고려한 구성이다.
벤틀리는 해당 콘셉트카를 통해 과거의 상징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전기차 시대에 맞는 디자인·기술적 전환을 위한 실험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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