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 자동차(Autonomous Vehicle, AV)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교통 혁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0% 자율 주행을 실현하려면 모든 차량이 동시에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차량만 자율 주행이고 나머지가 수동 운전일 경우 발생하는 기술적, 법적 문제들이 완전한 자율 주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 주장은 타당한가?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쟁과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혼재된 도로 환경의 기술적 한계
자율 주행 차량은 센서, 카메라, AI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도로에 자율 주행 차량과 수동 운전 차량이 섞여 있으면 기계적 신호 교환에 혼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차량은 차량 간 통신(V2V)이나 도로 인프라와의 통신(V2I)을 통해 정밀한 주행을 계획하지만, 수동 운전 차량은 이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갑작스러운 차선 변경, 신호 무시, 비표준적 제스처—은 자율 주행 AI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2018년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우버 자율 주행 차량 사고는 이런 문제를 보여준다. 자율 주행 모드에서 보행자를 감지했지만, 시스템은 주변 수동 차량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고, 안전 운전자가 제때 개입하지 않아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혼재 환경에서 100% 자율 주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모든 차량이 동일한 통신 프로토콜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모든 차량이 자율 주행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기계적 신호의 불일치로 인해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책임 소재의 모호함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큰 논란거리다. 자율 주행과 수동 운전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과실이 운전자,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차량이 수동 운전 차량의 급정거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면, AI의 판단 오류인지, 수동 운전자의 부주의인지 불분명하다. 현재 법 체계는 주로 인간 운전자를 책임자로 간주하지만, 자율 주행 기술이 개입하면 책임이 제조사나 시스템 설계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
미국 NHTSA(국가고속도로교통안전국)는 자율 주행 차량 사고 보고를 의무화했지만, 혼재된 환경에서의 책임 분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일부 전문가는 “모든 차량이 자율 주행이라면 사고 원인을 시스템 로그로 명확히 추적할 수 있지만, 수동 운전이 섞이면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며 전면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보조적 기능(레벨 2~3)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니, 100% 자율 주행(레벨 5)을 목표로 한다면 도로 위 모든 차량이 같은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모든 차량의 동시 전환, 현실성 있나?
그렇다면 모든 차량을 한 번에 자율 주행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할까? 현실적으로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먼저, 비용 문제가 크다. 자율 주행 차량은 센서와 AI 시스템 탑재로 가격이 높아, 모든 소비자가 즉시 구매하기 어렵다. 2025년 기준,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4,006만 원)와 같은 패밀리카와 달리,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예: 테슬라 풀 셀프 드라이빙 옵션 추가 시 약 1억 원 이상)은 가격 차이가 크다.

기사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 / 셔터스톡
또한, 인프라 구축도 문제다. 자율 주행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도로에 스마트 신호등, V2I 통신망, 정밀 3D 지도 등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조차 이런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갖추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수용성도 걸림돌이다. 2021년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자율 주행 기능(L2+ 이상)에 “매우 관심 있다”는 소비자는 25%에 불과했다. 인간 운전의 자유를 선호하거나 기술 신뢰도가 낮은 이들이 적지 않다.
대안은 무엇인가?
모든 차량의 동시 전환 대신 점진적 접근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첫째, 특정 구역에서만 100% 자율 주행을 시행하는 ‘지오펜싱(Geofencing)’이다. 예를 들어, 도심 내 특정 구간이나 고속도로에서 자율 주행 전용 차선을 만들어 수동 운전 차량과 분리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이런 실험을 진행 중이며, 혼재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둘째, 차량 간 통신 기술(V2V)을 수동 차량에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자율 주행 차량 수준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신호 송수신 장치를 장착하면 상호작용이 개선될 수 있다. 이는 비용이 낮고, 기존 차량에도 적용 가능해 현실성이 높다. 셋째,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과실 보험’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사고 시 운전자나 제조사 책임을 따지지 않고 보험사가 먼저 보상하는 방식으로,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다.
100% 자율 주행을 위해 모든 차량이 한 번에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술적, 법적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혼재된 환경은 신호 혼란과 책임 소재 불분명이라는 난제를 낳는다. 그러나 비용, 인프라, 소비자 저항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전면 전환은 비현실적이다. 지오펜싱, V2V 확대, 무과실 보험 같은 대안이 현실적인 타협점으로 주목받는다. 자율 주행의 미래는 모든 차량의 동시 전환이라는 이상을 향하되, 점진적 단계를 밟아가는 균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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