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큰 기대 없었는데 수작이 나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리뷰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 채택해 도심에서 전기 모터 구동이 긴 것이 특징

KG 모빌리티가 BYD와 손잡고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BYD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많은 판매 실적을 가진 회사이지만, 전통적인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은 없다. KG 모빌리티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든 적이 없는 제조사다. KG 모빌리티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회사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결과물은 어디 한 곳에 나사가 빠진 듯 헐렁한 모습들을 많이 보인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4기통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기존 토레스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1.5ℓ 가솔린 터보와는 전혀 다른 엔진이며, 연료를 고압 분사해 출력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변속기 역시 e-DHT(ef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라고 명명한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출력은 177마력, 최대 토크는 300Nm(약 30.6kg.m)를 발휘한다.

이 파워트레인의 특징은 엔진보다 전기 모터의 출력이 크다는 것이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150마력이지만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은 130kW로 174마력에 달한다. 경쟁사의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으로 엔진의 출력이 전기 모터보다 높아 전기 모터가 엔진을 서포트해주는 개념이 더욱 크다. 그나마 혼다가 엔진보다 전기 모터의 출력을 더 높게 한 회사 중 하나다.

KG 모빌리티는 해당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도심 주행의 최대 94%를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승 코스의 대부분이 신호등이 많은 도심 구간이었는데, 엔진이 작동하는 상황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간혹 엔진이 개입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직렬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작동이었고, 그마저도 운전자가 쉽게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다.

전기 모터 중심의 세팅 덕분에 NVH에도 많은 신경을 쓴 점이 느껴졌다. 기존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외부 소음 차단이나 엔진룸 방음 성능이 월등히 향상됐다. 전기 모터에서 엔진으로 동력이 전환될 때도 감각적으로 매우 부드러웠고, 변속기의 작동 또한 CVT와 유사한 성향을 보여주며 충격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다만 언덕길에서의 추월 등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성능이 즉각적으로 발휘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짧은 시승을 통해 느낀 점은 이 파워트레인이 성능보다는 효율 중심으로 세팅됐다는 것이다. 물론 ‘순간적인’ 출력이 다소 아쉬울 뿐,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한 가속 성능을 보여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효율성을 강조한 부분은 회생제동 기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회생제동의 강도는 거의 전기차 수준에 가까웠고,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 볼 수 있던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도 적용돼 있었다. 완전한 정차까지는 지원하지 않지만, 이를 통해 전방 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비교적 수월함이 있었다.

승차감 역시 처음 출시됐던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출시 초기의 토레스와 토레스 EVX는 승차감 중심의 무른 하체 세팅이 적용돼 다소 낭창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이보다 밸런스가 잡힌 승차감을 제공한다. 여전히 소프트한 세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노면의 정보를 비교적 정확히 전달하기도 한다. 다만 높은 전고 탓에 급격한 회피 기동 시에는 여전히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인 상품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처음 이야기를 상기해보면, 어떤 회사든 첫 시도에서는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KG 모빌리티의 전자 및 전장 부문이 약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효율성만 놓고 보면 KG 모빌리티는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전기 모터만으로 구동되는 구간이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일부 주행 상황에서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KG 모빌리티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한정된 파워트레인, 6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등장으로 한 번에 날아갔다. 이 날 시승은 비교적 한정된 시간동안 진행된 시승이었기에 언젠가는 다시 한번 길게 시승하기를 고대하며 기분 좋게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