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스팟 5대, 퀸 음악에 맞춰 군무 선보여… 심사위원 전원 ‘예스’
미국 방송사 NBC의 대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5대가 등장해 단체 군무를 선보였다. 로봇이 대형 무대에서 군무를 펼치는 이색적인 장면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심사위원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11일 ‘아메리카 갓 탤런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로봇 댄싱으로 역사를 새로 쓰다’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스팟 5대가 무대에 올라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 음악에 맞춰 군무를 펼치는 장면이 담겼다.
공연이 시작되자 스팟 로봇들은 함께 모였다가 흩어지는 동작을 반복하며 움직였다.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과 함께, 로봇 팔 끝부분은 가사에 맞춰 마치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제스처도 취했다. 안무는 로봇 전용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사전 프로그래밍돼 자연스럽고 정교한 동작을 구현했다.
하지만 모든 로봇이 계획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음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팟 1대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로봇 한 대가 빠진 상태로 나머지 네 대는 무대를 끝까지 마쳤고,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졌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오히려 한 대가 멈춰 있었던 게 이 퍼포먼스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고칠 수 있는 거냐”고 물었고, 무대에 함께 있던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원이 “물론이다. 우리는 만들고, 부수고, 고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답했다.
연구원이 이 말을 마치자 주저앉아 있던 스팟 로봇 1대가 다시 작동하며 일어섰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와 힘차게 춤을 재개했다. 이에 객석에서는 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심사위원은 “이런 무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움을 나타냈고, 또 다른 심사위원은 “굉장히 인상 깊은 공연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연을 마친 스팟은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예스’ 판정을 받았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는 참가자가 노래, 춤, 마술 등 다양한 재능을 선보이고 심사위원 4명 중 최소 3명으로부터 ‘예스’를 받아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춤 동작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감정적인 움직임도 구현할 수 있었다”며 “다음 방송에 다시 초대된다면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로봇 전문 기업이다. 강화학습 기반의 지능형 로봇 개발을 위해 기술 역량을 높이는 중이며,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완성차 생산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은 이전에도 유튜브와 전시회 등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중을 상대로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