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 번호판이 차량 가격보다 더 높은 값을 매기며 거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식별 수단을 넘어 ‘재산’과 ‘상징’으로 진화한 자동차 번호판 시장, 그 놀라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1688, 1004, 9999”…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번호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자동차 번호판 추첨제가 시행되면서 희귀번호의 가치가 부쩍 높아졌다. 특히 1004(천사), 7777, 9999 등 기억하기 쉬운 숫자나 의미 있는 숫자 조합은 일반 추첨이 아닌 경매 방식으로도 거래되며 고가에 낙찰되고 있다.
예컨대, 2022년 서울에서 ‘1111’ 번호는 경매를 통해 약 1,400만 원에 낙찰되었다. 반면 해당 번호를 달고 다니는 중고 국산 승용차의 시세는 1,000만 원 내외. 차량보다 번호판의 가격이 더 비싼 셈이다.
중국, 중동 등지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이 ‘지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는 단 한 자리 숫자 ‘1’번 번호판이 무려 1,400만 달러(한화 약 19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번호판 거래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외제차 오너들 사이에서 ‘좋은 번호’를 얻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는 희귀번호를 단 차량이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국토부는 2019년부터 일반 국민이 희망번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희망번호 추첨제도와 온라인 공개추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기 번호는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한다. 실제로 2023년 기준으로 ‘7777’, ‘1234’, ‘1004’ 등의 번호는 5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번호판이 단순한 공공재가 아닌 ‘희소 자산’으로 거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차 시장에서는 “좋은 번호가 차량 가격을 띄운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이 차량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희소성과 상징 자산’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 기준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젠 번호판도 하나의 투자처이자 신분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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