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정말 경제적일까?

국내 도로를 달리는 차량 중 가장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차종은 단연 ‘SUV’다. 넉넉한 공간과 높은 시야, 안정적인 주행 성능 덕분에 패밀리카는 물론 1인 가구의 레저용 차량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차보다 연비 안 나오는 SUV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일지 알아보았다.
우선 연비의 기준이 되는 복합 연비 수치를 비교해보자. 국내 대표 경차인 기아 ‘모닝(1.0 가솔린 자동)’의 복합 연비는 약 15.7km/L, 현대 ‘캐스퍼(1.0 터보 자동)’는 약 14.3km/L 수준이다. 반면, 인기 SUV 모델 중 하나인 현대 ‘팰리세이드(3.8 가솔린 4WD)’의 복합 연비는 8.9km/L,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1.6T 2WD)’는 약 15.3km/L로, 경우에 따라선 경차보다 낮은 연비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대배기량 가솔린 SUV, 혹은 4륜 구동 모델, 중량이 무거운 대형 SUV의 경우,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복합 연비보다 낮은 7~8km/L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잦다. 이 수치는 일반적인 경차 연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SUV는 구조적 특성상 무겁고 공기 저항이 크다. 더 큰 차체와 높은 무게 중심, 넓은 타이어 폭은 주행 시 연료 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고급화 흐름을 따라 AWD 시스템, 고출력 엔진, 첨단 전자 장비 등이 탑재되며 차량 무게는 더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UV 평균 공차중량은 200kg 이상 증가한 반면, 연비 개선폭은 제한적이었다.
하이브리드 SUV는 연비 개선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상 무게가 더 늘어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이라 중소형 세단 대비 연비 효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가 복합 연비 15.9km/L로 경차 수준의 연비를 보여주는 반면, 쉐보레 ‘이쿼녹스(1.5 터보 가솔린)’는 10.1km/L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SUV는 실용성, 편의성, 공간 활용 면에선 분명 강점이 있지만, 연비만을 기준으로 차량을 선택한다면 최적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주행거리 기준으로 차량 유지비를 따지는 소비자라면, 연간 주행거리 2만km 이상일 경우 SUV와 경차의 연료비 차이는 연 100만 원 이상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고급유를 요구하는 고성능 SUV는 유지비 부담이 더 커진다.
모든 SUV가 경차보다 연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차체 크기와 구동 방식, 엔진 타입에 따라 연비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SUV 구입을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외형과 브랜드만이 아닌 실제 연비 데이터를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운행 패턴과 경제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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