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도 오르고, 유류세 인하 혜택도 점차 줄어드는 요즘, 자동차 연비는 단순한 효율을 넘어서 ‘가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특히 출퇴근 거리나 주행 빈도가 높은 운전자라면, 연비가 나쁜 차량을 선택했을 경우 ‘기름 먹는 하마’가 돼 1년에 수백만 원이 연료비로 새어나가는 일이 발생한다. 실제로 실사용자들의 연비 체감은 공인연비와 다소 차이를 보이며, 일부 대형차나 고성능 SUV의 경우 도심 연비가 리터당 5km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기름값이 평균 리터당 1,700원 수준인 현재(2025년 4월 기준), 도심 위주로 월 2,000km를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연간 주행거리 24,000km에 달한다. 이때 리터당 6km의 연비를 가진 차량은 연간 약 4,000리터의 연료를 소비하게 되며, 단순 계산만 해도 유류비는 약 68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연비 15km/L 수준의 차량을 타는 경우 같은 거리 주행 시 연료 소비량은 1,600리터로 줄고, 유류비는 약 270만 원으로 절반 이하 수준이다. 차량 선택 하나로 연간 400만 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연비가 낮은 차량은 대부분 고출력, 고배기량 모델들이다. 특히 도심 정체가 잦은 구간에서는 공회전과 짧은 급가속, 감속이 반복돼 실질적인 연비는 공인 수치보다 훨씬 떨어진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 연비 공시 자료와 실차 리뷰, 사용자 체험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 차량들이 연료비 부담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1. 쉐보레 타호 (Chevrolet Tahoe)
6.2L V8 엔진을 장착한 풀사이즈 SUV로, 공인 복합 연비는 6.3km/L, 도심 연비는 5.4km/L 수준이다. 크기와 무게, 대배기량 엔진 특성상 연비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으며, 실제 사용자 리뷰에 따르면 도심에서는 리터당 4km대로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연간 24,000km 주행 시 유류비는 약 720만 원에 육박한다.

2. BMW X7 M60i
BMW의 플래그십 SUV로 4.4L 트윈터보 V8 엔진을 탑재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복합 연비는 7.4km/L에 불과하다. 실제 도심 주행에선 리터당 5~6km 수준의 연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퍼포먼스와 럭셔리를 동시에 갖춘 모델이지만, 유지비 측면에선 부담이 크다.

3. 지프 랭글러 루비콘 392
5.7L V8 HEMI 엔진을 탑재한 이 모델은 오프로더의 로망으로 통하지만, 연비는 현실적으로 최악이다. 복합 연비 6.1km/L, 도심 연비는 5.0km/L 수준이며, 고급유를 사용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연료비 지출은 상상 이상이다. 도심 위주 운전자에게는 선택이 아닌 ‘도전’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들 차량은 연비 외에도 강력한 성능, 주행 감성, 실내 공간 등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구입 전 반드시 장·단점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한, 향후 중고차 매각 시에도 연비는 감가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므로, 장기적으로 보유할 계획이라면 유지비까지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한 번 구입하면 최소 몇 년간 함께해야 하는 존재다. 단순히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따져보는 소비자의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비는 곧 돈이며, 그 차이는 1년에 수백만 원, 몇 년간 수천만 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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