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사기 전 꼭 봐야 할 팩트

SUV는 여전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잘 팔리는 차’다. 넉넉한 실내 공간, 높은 시야, 널찍한 트렁크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타기 좋은 만능 패밀리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UV를 덜컥 샀다가 ‘집 주차장에도 못 들어가는’ 뜻밖의 상황을 겪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전장과 전고가 높은 대형 SUV의 경우,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 입구의 높이 제한에 걸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국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평균 제한 높이는 약 2.1m 수준인데, 이는 차량 자체 높이뿐만 아니라 천장에 설치된 환풍기, 배관, 경사로 구조물 등을 포함한 실제 진입 가능 높이는 그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다.

차량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공식 전고 수치를 보면 기아 모하비는 1,790mm, 포드 익스페디션은 1,930mm, 쉐보레 타호는 1,925mm로 대부분의 대형 SUV는 기본적으로 1.8~1.9m에 육박한다. 여기에 루프박스, 샤크안테나, 랙 등을 장착하면 실제 높이는 2.1m를 초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차량 공식 제원만 보고 ‘괜찮겠지’ 하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정작 집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긁히거나, 천장 배관에 부딪혀 손상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높이뿐만이 아니다. SUV의 큰 차체로 인한 회전 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아파트나 빌딩 주차장은 나선형 진입로를 갖추고 있는데, 회전 반경이 큰 차량은 턴을 돌 때 양옆 구조물이나 다른 차량과의 접촉 위험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기아 팰리세이드는 회전 반경이 약 5.8m에 달하고, 제네시스 GV80은 5.9m에 이른다. 반면 경차인 기아 레이의 회전 반경은 약 4.9m에 불과하다. 이 차이는 실제 주차장에서의 체감이 매우 크며, 특히 좁은 공간에선 ‘한 번에 못 돌아서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들 사이에서 SUV 운전에 대한 부담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SUV를 구매할 때 실사용 환경, 특히 주차장 조건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구입한다면 ‘출고의 기쁨’이 ‘불편함’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단순히 차량의 외형, 브랜드, 성능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주차장 높이와 구조, 회사 주차장의 회전 공간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SUV를 사기 전, 꼭 한 번쯤은 차보다 먼저 ‘내 주차장’부터 확인해보자. 이 간단한 점검 하나가 수백만 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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