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이달 초 공개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극중에 등장하는 자동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쏘나타(Sonata), 포니(Pony), 스텔라(Stellar) 등 시대별 주요 차종이 등장해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대를 아우르는 자동차들의 등장

박보검·아이유(본명 이지은) 주연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1960년대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그 시대를 살아낸 소시민들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인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유행을 반영한 자동차들을 통해 시대적 감성을 살렸다.
특히 1990년대 현대차 쏘나타Ⅲ와 관련한 이른바 ‘오나타 소동’도 극중에서 다뤄져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오나타란 쏘나타Ⅲ 엠블럼 중 ‘S’와 로마자 ‘Ⅲ’을 떼어내 ‘ONATA’만 남은 차량을 일컫는 별칭이다.
‘오나타 소동’의 전말

1996년부터 ‘쏘나타의 S를 가지고 있으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는 도시전설이 돌기 시작했다. 이 루머는 대입 시험과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당시 수험생들이 쏘나타Ⅲ의 엠블럼을 떼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Ⅲ’ 엠블럼을 떼면 대한민국 3대 명문대 진학과 수능 300점대 획득이 가능하다는 설까지 퍼지면서 쏘나타Ⅲ 차량 3만여 대가 ‘오나타’로 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엠블럼이 뜯어진 차량들을 대상으로 ‘S’와 ‘Ⅲ’ 엠블럼을 다시 부착하거나 전체 엠블럼을 교환해 주는 무상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했다. 이는 1997년과 1999년에도 반복되었으며, 결국 후속 모델인 EF 쏘나타부터는 엠블럼 재질을 보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변경해 쉽게 떼어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
쏘나타Ⅲ가 유독 표적이 된 이유

쏘나타Ⅲ 이전 모델들과 동일하게 ‘S’자가 들어가는 다른 차종들도 있었지만, 유독 쏘나타Ⅲ가 표적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이 도시전설이 유행한 시점이 쏘나타Ⅲ가 출시된 1996년과 맞물렸다는 점이 크다. 또한, 쏘나타Ⅲ의 엠블럼은 S O N A T A Ⅲ의 각 알파벳과 숫자가 분리된 형태로 부착되어 있었으며, 기존의 튼튼한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부드러운 고무 재질로 되어 있어 손톱만으로도 쉽게 떼어낼 수 있었다.
후속 조치와 자연스러운 쇠퇴
오나타 소동 이후, 현대차는 후속 모델인 EF 쏘나타부터 엠블럼 재질을 변경했으며, 뉴 EF 쏘나타부터는 글자 자체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특정 글자만 떼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수능 시험이 쉬워지면서 400점 만점자가 등장하는 등 300점대 점수의 의미가 퇴색했고, CCTV 및 차량용 블랙박스가 보편화되면서 엠블럼 절취 행위 자체가 줄어들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재현된 오나타 소동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이 사건이 극적으로 재현되었다. 아이유가 연기하는 금명의 남동생 은명이 학교 선생님들의 차에서 엠블럼을 떼어내 여자친구와 누나인 금명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결국 은명의 어머니 애순이 학교에 불려가 사과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이 장면은 실제 199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당시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들에게는 흥미로운 역사적 에피소드로 다가갔다.
쏘나타, 시대를 아우르는 국민 세단

이처럼 쏘나타는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국민차로 자리 잡았다. 1985년부터 꾸준히 생산된 쏘나타는 세대를 거듭하며 올해까지 약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8세대 쏘나타(하이브리드 포함)의 국내 생산량은 내수용 5,352대, 수출용 1만5,742대로 세단 전체 생산량의 14.5%, 29.4%를 차지하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쏘나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스텔라와 현대차의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도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니는 1975년부터 15년간 다양한 모델로 생산되었으며, 현대차그룹은 2023년 포니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한 바 있다. 스텔라는 포니의 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력으로 탄생한 두 번째 고유 모델로, 1983년 출시되어 1997년까지 생산되며 쏘나타의 기반을 마련했다.
자동차가 담아낸 시대의 이야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자동차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오나타 소동 같은 실제 사건을 활용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되살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한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들, 그리고 그 속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